일단 모아두는 이야기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미쳤군. 다시 말해봐. 콘 실리어리는 제 눈앞의 루이즈가 뭘 말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대뜸 없이 사람 하나를 주워오더니, 이젠 그게 자기 후계라고 주장을 하는 게 황당하기만 했다. 곧 은퇴를 한다고 해놓고서는 후계를 세웠다. 아니, 자기가 보스도 아니고 어째서? 콘 실리어리는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는 시선을, 루이즈 곁의 아이에게 던졌다. 저러고 잘도 살아남았다. 무엇 하나 루이즈의 명령이 아니라면 옳게 따를 것 같지도 않은 비뚤어진 충견이다. 루이즈의 후계랍시고 루이즈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밟기엔 약하고 수동적이다. 다른 직에 그대로 두려고 해도 결국 루이즈의 권속이라는 게 그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터다. 콘 실리어리가 루이즈의 성격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사람이라는 게, 아무런 증거가 ..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깊이 있는 바닷물 아래로, 숨이 막혀 가라앉은 건 아무것도 없다. 인간을 사랑해서 제 재능을 내어준 인어는 거품이 되어 사라졌으니, 어떻게 그 안에 남은 게 있다고 하겠는가. 새까맣게 물들어 반짝거리는 것들만 간신히 담아내는 작품의 위로 웃음소리가 흔들린다. 이 바다에서 우리는 아무런 위협도 없겠지만, 그렇기에 더 위험하다. 그래, 소리도 소문도 없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모든 걸 치워버리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의 바로 위에서 우리는 이런 농담을 주고받고 있으니까. 누군가가 죽는 모습을 혹은 죽어가는 모습을 눈에 담은 게 힘든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자신일 때도 있었고, 그 스스로일 때도 있었으며, 혹은 타인에 의한 것이었다. 익숙해야 하는 곳이며 그런 곳에 있는 만큼 그쯤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
곧 다가올 이별이 아파 눈물짓는 일은 없을 거란다.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정리해주는 손길이, 덧그려지는 미소가, 사탕을 쥐어주는 손이 이리도 따뜻한데, 제 귓전에 울리는 소란 속의 목소리는 아픈 말을 뱉어낸다. 그래, 지켜야 하는 약속이란다. 미래를 먼저 알기에는 부족하지. 언젠가는 다가올 이별이며, 그동안 잃은 곁의 사람들처럼 떠나갈 거란다. 그것은 너를 포함하여 나에게도 적용이 될 이야기잖니. 그런데 어째서 너는 더 슬프게 이야기 하는 거니. 곧 헤어질 인연이나 할 법한 대화의 진실은 장난스러운 말 한마디였다. 그런데 지금의 결과마저도 우리는 장난이라며 웃을 수 있는가. 물론 가능하겠지. 불가능하지 않지. 어려운 일도 아니지. 오히려 가볍게, 금방 즐기며 떠날 수 있는 것이지. 지금 이순간의 장난을 ..
유연하게 항해하는 배가 바다를 깨트리는 소리에 눈을 감았다 떴다. 차마 무슨 말을 이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여 달싹이던 입술을 느리게 짓씹는다. 들려오는 이야기는 즐거워야 하는 분위기에 어우러지지 않아, 부조화를 일으키며 말소리를 짓누른다. 웃음이, 즐거운 소란이 이어지는 공간에서 눈앞의 사람과 자신은 아무 이야기도 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숨을 턱, 막고 있었다. 함께 해주기로 약속했다면 그걸 지켜야 하는 게 아니니. 차마 당신을 책망하지도 못하니, 원통한 마음이 그대로 사무쳐 바람결에 흩어진다. 왜? 어째서? 당신은 그게 아무리 농담이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모른다는 듯, 그런 표정까지 해가며 스스로의 마지막을 예감하듯 이야기 하며, 달래듯 숨을 잇는다. 그러지 말아야지. 겨우, 그 정도로 끝날 네..
…버릇 들기 싫다면서 뭔. 바쁘다는 핑계로 요 며칠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편지에 담긴 내용은 참, 저가 알던 사람다운 내용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담담하게, 말투 그대로를 담은 편지였던 것은 저도 마찬가지일 건데 상대의 편지는 마치 제 눈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아주 조금은 들었던 것도 같다. 담담하게 읽고 썼을 걸 생각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하는 글은 그 누구에게 받든 신선한 것이었다. 이제 제 인간관계에서 편지를 주고받는 게 과제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러니 조금 더 편하게 읽으면서도 도대체 그 주인공이 누구이기에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느냐는 농담 어린 투정에 느리게 웃으며 중지를 처 들어 보이니 소란은 사라졌다. 누군가의 알 권리를 보..
옛날이야기를 하나 할까요. 그것을 좋다고 하실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그것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잔잔히 흐르는 선율에 어울리는 노래가 될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기록으로 남는다고 하여 오래 회자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서도, 들어주는 이가 있으면 읊어 나리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그래, 달 아래서 듣기 좋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달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아이야, 이만 자리를 잡고 누워, 천천히 눈을 감으세요. 눈앞에 무엇이 그려질지 기대가 되지 않나요.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지, 일방적으로 듣는 것인지 알기 어려운 문장이 작은 소리 하나와 함께 오가더니 곧 들리는 것은 가벼운 웃음과 잔잔히 불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