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모아두는 이야기
얘들아 범죄 좀 그만 저질러 본문
「초호화 여객선 릭셀호에 귀하를 초청하겠습니다.
본 릭셀호의 출항일은…….
귀하께서 이 여정에 함께 해주시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위원회라고 이름 붙은 해운 회사의 초청장은 굉장히 랜덤하게 배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게 유명인일 수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다. 초호화 여객선 릭셀호의 여정에 함께 하길 바란다는 말에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시안은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초대장을 손에 쥐고 있던 가방에 집어넣으며 제 자리로 돌아갔지만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사지 않는 건 어려웠다. …한참 또 말이 많겠네. 그렇게 생각하던 시안은 아직 제대로 꺼내지 않은 초청장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기사를 쓰는 일에 집중했다.
시안, 그는 기자다. 여러 특종을 여러 번 작성했지만 번번이 데스크에서 막히는 신임 기자로, 안목이 좋고 집요하게 쫓는 것은 여느 형사와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유능했다. 물론 그로 인해 질투하는 선임들이 많긴 했지만 시안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알 권리와 인권의 가운데서 중도를 지킬 줄 아는 그에게 그 정도의 무시가 일이라면 기자를 그만두는 게 차라리 빠르다는 게 지론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다른 말은 하지 않기로 한 듯, 시안은 제가 오늘 중으로 작성해야 하는 기사나 쓰기로 했다. 어차피 데스크에서 다른 선임 기자의 이름으로 인쇄가 되거나 아님 완전히 묻힐 것이다. 진절머리가 나긴 하지만, 큰 신문사에서 다음 면접을 오라고 했으니 며칠만 혹은 몇 달만 참으면 이 짓거리도 끝이라는 믿음이었다. 내가 더러워서 참는다…. 바득, 이가 갈리려는 것을 참은 시안이 엔터를 거칠게 눌렀다.
「본 초청장을 받으신 귀하께서는
릭셀호에서 주최하는 비밀 경매파티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귀하의 재력에 관계없이 무작위로 배부한 것이니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경매에는 갖는 자에게 영생을 가져다준다는
『엘릭서』와 그 재료인 『큐브』가 출품됩니다.
부디 참여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자신이 혼자 지내는 집에 돌아와 마저 열어본 초청장에 겹쳐 떨어진, 좀 더 작고 반듯한 재질의 종이에 인쇄된 글자에 피곤에 찌들어 감기려던 시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엘릭서』가 매물로 나온다고? 한 때 세간에서는 미치광이 악마가 만들어내는 약이라고 하며 엘릭서의 이름을 딴 연쇄, 대량 살인사건이 한참 입방아에 오른 일이 있었다. 아주 소량의 엘릭서를 만들기 위해 수십, 수백, 수천의 사람이 비명 속에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그 존재와 제조법이 모두 미궁인 상태에서,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이가 암살당하고, 용의자와 연결되어 있던 고위급 정치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유명하기까지 했다. 시안은 지금 자신이 제대로 읽은 것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신을 했다. 분명 자신은 이 릭셀호에 올라 이 경매파티를 직접 참여할 것이다.
…이건 터트리면, 전대미문의 특종이다.
다음 날, 시안은 자신의 직장이 발칵 뒤집어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자신을 맞이하며 부산을 떨던 사회국장을 이해하지 못한 시안이 미심쩍은 얼굴로 열었던 문을 도로 닫으려 하자 그는 급하게 문을 잡아 열며 시안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신문사의 사장부터 각 국장들까지 모두 시안을 에워싸는 모습에 시안의 동료 기자들이 불안한 눈으로 시안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밀집한 그들을 직위로 이기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시안은 눈을 끔뻑이다가 곧 사장으로부터 한 장의 편지를 건네받았다. 이게 무엇입니까? 의문을 표하는 듯, 받기만 하고 열어보지 못하는 시안에게 어딘가 긴장까지 한 목소리로 열어보라고 재촉하는 사장의 행동에 시안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며 열었다. …시안은 그 내용물을 보자마자 자신의 가방만을 꽉 쥐고 뒤돌아 신문사에서 멀어지기 위해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초호화 여객선 릭셀호 안에서 개최되는
비밀의 경매파티에서 『엘릭서』와 『큐브』를 훔치러 가겠습니다.
현장의 모두에게,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사하지요.」
…괴도 F…. 시안의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신문사 사장은 그에게 초청장을 내어 놓으라 윽박을 지르며 가방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일부 동료들이 막아준 덕에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이게 정말 해당 초청장을 받은 모두의 직장 혹은 집에 보내진 거라면 괴도 F가 무엇을 얼마나 아는지 감을 잡기란 어려울 터였다. 그리고… 비밀 초청장의 여부를 아는 사람이라면, 괴도 또한 이번에 릭셀호에 직접 여정을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도 통했다. 이걸로 시안은 좋든 싫든 직장을 잃은 꼴이다. 어떻게든 이번 일을 전부 취재해서, 기자로 내지 못하면 손해를 볼 것이었다.
…출항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시안은 입사를 하며 선물 받은 카메라를 점검하며 그 며칠을 피를 말리며 기다려야 했다.
현장은 소란스러웠다. 알고 보니 그냥 온갖 신문사에 다 뿌린 것인지 몰려든 취재진의 가운데에 시안의 동료들도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든 시안에게 달려들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시안은 여유롭게 피하며 초청장을 받은 이들의 무리에 섞여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초청장을 받은 모양이었다. 이중에서 비밀 초대장을 받은 건 누구일까? 시안이 떨떠름한 얼굴로 카메라를 켰다. 뷰파인더 너머로 보면 무엇이든 보이지 않을까 싶은 그 마음이 급하게 움직이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었다.
저 얼굴은… 경매사다. 두고 온 게 있다며 급하게 움직이는 경매사의 얼굴과 이름은 시안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저 사람이 이번 경매에 나온다고? 법정 경매나 서는 줄 알았는데, 이런 위법행위에 가까운 경매도 섰단 말이야? 청렴한 줄 알았던 얼굴과 또 다른 상황에 시안은 찰칵, 셔터를 눌렀다. 뭐가 그리도 급한지 자신의 비서로 보이는 이와 대화를 하며 움직이는 경매사는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번엔 갑작스러운 호루라기 소리였다. 놀란 시안이 돌아보자 그 자리에는 사실 마피아가 본업이라는 한 기업의 후계자, 이 영이 어린 애 장난처럼 호루라기를 분, 분명 저 얼굴은 식인을 하는 중국계 폭력집단이라는 곳에 소속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받았던 라우렌 로스트스타였다. 저 둘이 아는 사이였던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긴 했다. 시안은 다시 한 번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지?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시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시선을 움직였다.
저건… 서예가로 유명한 키하라 나기였다. 옆에 나란히 서있는 이는 아무리 봐도 옷차림이 사제였다. 둘이 이미 아는 사이인지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었다면 평범한 사제로 보이는 테오필 마티아스의 이름은 알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 시안이 다시 한 번 셔터를 눌렀다. 분명 이 여객선 내에선 간혹 유명한 퍼포머나 이런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열었지. 이번엔 나기가 그 초청자인 모양이었다.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한 젊은 남성의 목소리에 시안은 카메라를 잠시 눈에서 내려놓고 초청장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번 릭셀호는 영국에서 출발해, 멈추지 않고 그대로 운행하여 로스앤젤레스에 도달할 예정이다. 선박으로 이동하는 만큼 그 시간이 길 것이었다. 과연 괴도는, 무엇을 노리고 이런 긴 여정에 자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는 건지, 기대되는 마음에 올라가는 입가를 마스크로 가린 시안이 탑승수속을 위해 움직였다.
경매는 출항하고 15시간이 지난 후에 안내를 했다.
시안을 찾아온 종업원, 케밀리아 아델라인은 느긋하고, 또 어딘가 느린 말씨로 그에게 몇 시까지 플로어 어디의 몇 번 연회실로 모이시라 말을 전했다. 시안은 그 말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닫기 위해 움직이다, 케밀리아가 바로 옆방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걸 알 수 있었다. …제르엘, 이 련? 둘의 이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었다.
실력 좋은 의사지만 사람이 아니라 동물에게만 의료행위를 펼쳐 천재라는 명성과 다르게 미움을 산다던 이 련과 그의 개인경호 제르엘은 정말 영문을 모르게 이름이 알려진 편이었다. 련이 일가친척과 사이가 안 좋다는 거야 어느 돈 많은 높은 분들이 안 그런가 싶었더니… 생각해보니 저희 사장이 그 일가 어른 중 한 명과 아는 사이였다. 진짜 이런 곳에서 다 만나네 싶은 얼굴로 고개를 흔든 시안은 곧 방문을 닫았다.
시안은 직접 입찰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것을 크게 준비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적당히 깔끔한 옷을 챙겨 입은 시안이 방을 나서나 퉁, 누군가와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인사하는 목소리는 아까 탑승수속을 하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던 종업원, 루카였다.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그렇게 인사한 시안이 루카의 손에 들린 것을 보더니 미묘한 얼굴이 되었다. 저건… 믹서기? 저게 왜 여기서 나오지 싶은 시안의 눈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본 듯 루카가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단순 고장이라서 정비공으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손님, 한강현에게 부탁하러 간다고. 그걸 나한테 변명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시안은 가시던 길 조심히 가라며 루카의 등을 툭툭 밀었다.
…단순 고장이라면서 왜 터진 흔적이 있는 건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회장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카메라를 든 시안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모양이었다. 삼삼오오 일행이 있는 자는 일행과, 아닌 사람은 또 그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경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경매의 개시 시간은 조금 넘겼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 경매사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1분, 5분… 시간이 미뤄질수록 손님들은 어딘가 미묘한 얼굴이 되어 경매사가 서야 하는 단상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곧 헬기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루카가 경매사의 도착을 알렸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낮에 시안이 본 경매사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시안은 이미 그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었다. 기자란 본디 정보와 행동력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서, 변명이긴 하지만 시안이 경매사라고 소개되고 있는 현소진을 다르게 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유였다. 그래… 낮에 본 이는 법정에서 재산몰수 혹은 그 처분을 위한 경매에만 서는 이였다. 이런 불법적인 일에 적격인 건 눈앞에서 물건이 든 슈트케이스를 여는 소진인 게 분명했다.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합니다.
손님들을 보며 무어라 속닥거린 루카와 케밀리아가 몇 명의 이름 모를 손님, 그래봤자 알아주는 정재계 인사들이었다만, 을 모셔온 이후 경매는 개시되었다. 슈트케이스가 열리며 시선이 모인 곳에 있는 것은 작은 병과 금색 그리고 검은색의 큐브였다. 검은색은 그냥 소장용으로 가지시라더라고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로 웃은 소진이 낙찰봉을 손아귀에서 돌리며 시선으로 손님들을 훑었다. Are you ready? 경매의 개시를 알리며, 소진의 호가는 일 만 US 달러였다.
겨우 일천만원이면 불로불사의 영생을 누리게 해준다고? 시안이 이름을 아는 손님들은 흥미가 없는지 루카가 눈요깃거리로 세워준 샴팡타워 옆에서 샴팡콜을 외치고 있었다. 루카는 또 혼이라도 나는지 금방 자리를 비웠다만, 시안도 그 무리에서 빠르게 올라가는 보드와 입찰희망가에 혀를 내두르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눈 몇 번 깜빡였는데 가격은 어느새 3,452,000 USD, 한화 약 31억이 호가였다. 뭐가 불만인지 소진이 미묘한 얼굴로 낙찰봉을 쥐고 말이 없었다. 아… 지금 저 사람, 분명 저걸 억 단위에서 끝낼 생각이 아니다.
적어도 조나 경을 보고 싶은 건다. 소진이 보드와 호가가 점점 작아지는 것에도 불구하고 낙찰봉을 낙찰대에 두드리지 않고 손아귀에서 굴릴 뿐이었다. 실질적으로 돈이 있거나 운용했을 때 재밌는 집단은 저기서 샴팡 하이, 태평하게 놀고 있었다. 이런 피라미들 때문에 출장삼아 나가있던 스페인에서 날아온 게 아니었다. 대놓고 비웃으며 도발하는 소진의 말이 기어이 손님들에게 불을 질렀다. 추악하게, 재산이 없는 자는 앞으로의 평생을 걸기 시작했다. 재물이 있는 자는 현물 가치를 들먹이며 빠르게 호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이래야 재미가 있지. 소진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한화로 조 단위를, 이제 넘어섰다.
48억 USD, 한화 5조 5천억을 상회하는 값까지 치솟는 경매에 소진이 만족한 듯 낙찰봉을 바로 쥐었다. 48억 USD, 더 없으십니까? 생각보다 그 배포가 작은 것들만 왔나. 련과 영이 한심한 듯 보드 들기를 망설이는 이들을 눈으로 훑자 소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48억.
48억.
48억 US 달러.
낙찰입니다.
낙찰봉이 낙찰대에 부딪히자마자 주위는 암흑에 둘러싸였다.
총성이 들렸다.
얼마 안 가 주위가 밝아졌을 때, 핏물을 뱉어낸 건 테오필이었다. 질겁한 나기가 급하게 종업원들을 부르고, 련이 분주하게 테오필을 살폈다. 제르엘과 라우렌, 시안의 눈이 살기까지 띄더니 주위를 살폈고, 영은 어째 천하태평이었다. 강현이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에 대해 종업원들에게 말을 하기 위해 문을 열자 손님들이 우왕좌왕 하며 빠르게 현장에서 달아나버렸다. 소란에 오히려 몰려든 손님들도 당황하여 문밖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오, 이런…….
보기 드문 소진의 탄식에 시선이 몰렸을 때, 슈트케이스에는 있어야 할 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낙찰.
손님들을 물리고 문을 닫은 케밀리아와 루카가 그렇게 말했다.
테오필이 미심쩍은 눈으로 입가를 닦으며 기도문을 읊자 나기는 작게 한숨을 쉬며 테오필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련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제르엘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영은 라우렌을 놀리기라도 하는지 라우렌이 어딘가 화가 난 얼굴로 영을 무시하고 있었다. 시안도 고개를 흔들며 마저 샴페인을 목 뒤로 넘겼으며 강현은 어딘가 불편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처음부터 엘릭서는 이곳에 등판하지도 않았다. 전형적인 사기꾼, 소진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시안을 비롯한 이곳에 있는 손님들과 종업원이 모두 한 패였다.
케밀리아와 루카는 엘릭서의 연구를 돕던 위원회의 사람이었다. 그들과 밀접하게 정보적으로 닿아있던 영이 말을 빠르게 옮기는 소진을 통해 퍼트린 제안, 「엘릭서와 큐브를 훔쳐 엿이나 먹이자.」. 일부러 이들에게 배부하도록 케밀리아와 루카가 내부에서 손을 좀 썼었다. 괴도 F…라고 썼지만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괴도를 잡는 게 가능할 리도 없는 이야기였다.
시선을 한 곳에 모아낸다. 그리고 일부 눈치 나쁘고 욕심만 많은 위원회 높으신 분들의 지인들을 일부러 끌어들인다. 위원회의 이름을 팔아서 말이다. 그들은 증인이 되어줄 것이다. 자신들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인. 그리고 그들의 손에 엘릭서와 큐브는 정말로 없을 터니 벗어나는 것도 순식간이게 될 것이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누군지 모를 이의 옷가지는 힌트랍시고 그들의 길을 가려버릴 안개였다. 큐브가 가벼워 떠오를지도 모르니까 엘릭서가 담긴 병과 함께 무겁게 내용물을 채운 드럼통 함께 던져버렸다. 이걸로 위원회가 제대로 엿을 먹을 터였다.
창문이 깨진 것은 처음부터였다. 경매사인 소진이 서있는 단상 바로 옆의 창문, 그 아래로 강현이 대기하고 있다가 암전의 타이밍에 소진이 던져준 엘릭서와 큐브를 받아 드럼통에 넣고 루카와 함께 던진다. 화면이 밝아지면 샴페인 대신 붉은색 액체를 테오필이 뱉어내고 나기와 련이 바람잡이가 되어 시선을 모아내고 제르엘과 라우렌, 시안이 주위를 경계하는 척 하며 범인을 찾아야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강현이 모르는 척 문을 열고 들어오면 손님들의 시선이 다시 움직이고, 살아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에 달아나려 우왕좌왕 하는 것을 총성을 듣고 달려온 척 루카가 빠르게 밖으로 내몬다.
…이런 허술한 거에도 걸리네.
물론 영이 손님들을 비웃긴 했지만 안 걸렸으니까 괜찮았다.
축배를 들자고. 거하게 배신당한 윗분들을 위해.
아직 헬리포트에는 소진이 타고 온 헬기가 착륙 중이었고, 영과 련이 개인적으로 부른 헬기들도 속속들이 도착할 것이다. 소음기를 단 총으로 일부러 벽을 쏜 라우렌을 마지막으로 현장에 피살자는 없어진다. 일부러 병력을 잠깐 꾸며뒀으니 테오필이 의심받을 일도 없었다. 그리고 손님들도 각자 부를 수 있는 이들은 자신의 헬기를 불렀을 터다. 자연스럽게 섞여 사라져보자고.
오늘 밤은 정말 재밌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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