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모아두는 이야기
Herz 본문
밤이 깊었습니까.
그럼에도 가져가겠다면, 아이야.
네가 내어주는 만큼, 네게 내어주마.
저가 들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여 눈을 깜빡인다. 바란 것을 내어주겠다, 저가 내어준 만큼. 본디 그것으로 충분한 게 아니던가. 동등한 가치를 두고, 그리 주고받는 것이 틀림은 아니었다. 그런데 무엇이 걸려 저는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 채 입도 달싹이지 못하고 있나. 지독하게 바랐기에 어리광을 부려가며 받아낸 주제에, 무엇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있나. 밤이 깊었다. 저가 눈을 감는 것이 당연한 순리가 되는 시간이며, 기쁨의 환희에 물들기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시간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비록 그것이 유한하다고는 하나 이 밤에 끝날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제 모든 혼란을, 집중을 흐트러트리는 것들을 정리하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마도, 분명히.
그런데, 의문이 드는 건 무엇이지?
기쁜 일이지 않은가.
감았다 뜬 눈, 정확히는 그새에 잠들었다 깬 것인지는 몰라도 가벼운 마음에 돌이켜 생각한다면 그것은 필히 기쁜 일로 다가오고, 어리광으로 받아낸 것이라고는 하나 제게 온전히 품에 안겨진 무언가에 대해 좋아하지 않을 이는 없을 터다. 그것은 저라고 하여도 마찬가지인 일이지. 한참이나 앉아 생각에 잠겼다가, 또 그것이 만족스러워 웃어보다가, 날이 맑게 개여 걸음을 옮기기 좋은지 보기 위해 열어둔 창틈으로 한기가 들어온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구나. 그럼 조금 이따가로 괜찮은 것이겠지. 무한히 움직일 이와 다르게 멈출 제 시계를 떠올린다면 저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제 손에 쥔 것이 밤하늘 유일의 빛이라고 한들, 지금의 시간은 그 형제가 즐거울 시간이셨지. 느긋하게 움직이다 보면 귀에 들어오는 것은 많아진다.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이에게 전해줄 말 한 자락을 더 귀에 걸기 위해. 조금은 빛이 바랜 시간 언젠가와 같이 한다면 되는 일이지. 불어 들어오는 바람에 잔기침을 조금 뱉으니 소리에 예민한 이가 들어와 창문을 닫는다. 열어두어도 괜찮은데. 뒤따라 들어오던 이들이 조금은 장난스러운 말을 이으려던 찰나에,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시면 마담께서 얼마나 걱정하시겠어요, 에르네 님.
사용인 하나의 말에 주위가 순식간에 침잠한다.
저가 가진 의문의 형태가 온전하여 무겁게 폐부를 찌른다.
간신히 물들인 습관보다 고치기 어려운 것은 없다.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아니, 괜찮아. 중요한 것은 아니니, 지금은 웃어넘기는 편이 좋겠지. 말을 뱉은 이도, 주위의 이도 가라앉으려는 분위기를 어찌 띄우려 노력하는 것에 홀로 냉랭히 구는 것보다 미련한 짓은 없다. 그래, 입에 붙지 않는 게 당연하지. 십여 년도 더 불린 것이 아닌가. 있던 것도 치워 미뤄두고 불렸던 이름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나. 그러게요, 어머니께서 괜한 화를 내시겠어요. 그리 대꾸하면 농으로 받아들였다 생각을 하는 것인지 조금은 안심하는 웃음이 번진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익숙해야 하는 일이지 않나. 철이 들 무렵부터 그래왔으니 괜찮지 않은가. 충분한 것이다. 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다.
그래, 그래. 분명 그렇습니다. 저는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네가 바란다면 선택하고, 행동할 거야. 그렇게 말하며 저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무거워 목 뒤로 넘어가던 홍차는 속을 뒤틀게 만들었다.
가장 잘 아는 이들로부터, 여태 모르는 척 거부해온 것들을 직접적으로 듣는 기분이 어떻겠는가. 있던 것도 밀어 지우고 받은 것에, 또 한 번 미뤄두고 받은 것을 간신히 제자리로 돌리나 했더니 이제는 그 바로 아래에 있던 것을 다하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저가 느낄 이유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속을 뒤틀어가며 긁어내는 이 의문은 도대체 무엇인가. 당신께서 갖고 계셔야 하는 의문이십니까. 아니면 제 것을 당신께 투영하고 있는 것입니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여 문을 걸어 잠그고 책장을 펼친다. 듣는 것이, 읽는 것이 가장 좋았다. 저가 중심으로 끌어들여지면 안 된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니 내어드릴 것도 하나뿐이던 이가 전부 내어주었는데 여기서 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받은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저가 내어드릴 수 있을 만큼 내어드리고, 또 그에 응하듯 당신께 받을 수 있을 터다. 그에 기뻐하면 되는 일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런데.
그것은 누구에게 받은 것이며, 누구에게 내어주시는 겁니까.
넘어가지 않는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하는 것이 턱, 숨을 막으며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돌부리가 있다고 한들 그 작은 틈새로 흘러 부드러이 깎아내던 것이 그 어느 틈도 발견하지 못하여 고이고, 썩어가고 있었다. 되는 게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비어 사라지는 것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 이름을 받아 움직였다. 당신께서는 이것이 의문이셨습니까. 지워 사라진 이름의 자리에 새로운 이름이 있으니 그것이 당신이 아니라고 여기셨습니까.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몰라 항상 생각하셨습니까. 그 의문이 다른 것을 불러들이는 소리에 눈을 감으시고, 다시 한 걸음 물러나는 소리에 오르골의 태엽을 감으셨습니까. 밤이 깊을수록 무엇이 깊어지십니까. 그것은 의문이 전부셨습니까. 무엇인들 어떻겠습니까.
다만, 내어드린 것에 아주 약간의 연심을 섞어두었다 하시면 웃으실 건가요.
당신께선 그것을 받으시어 두고 보겠다 말씀하셨다, 그렇게 여기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나요. 유한한 시간이 흐르는 저는 당신의 무한한 시간 속에 흘러갈 상념은 잡아드릴 수 없지 않나요. 당신께는 짧은 시간이실 터니, 그 잠깐은 계속 반복될 의문은 내려놓으시고 다른 것을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재밌을 거랍니다. 어쩌면 이어질 의문에 답을 줄 수 있는 뭔가를 찾을지 모르는 게 아닌가요. 당신을 무어라 불러야 옳은지 알지 못합니다. 잊혀 사라진 이름이 있으며, 그 이름은 새로운 것이고, 그 존재가 변하였다고는 하나, 다시 돌아와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시지 않나요. 느긋한 오르골 소리가 천천히 울린다. 받았다면, 다시 한 번 그것을 내어드리러 가면 되는 게 아니겠나요. 어디 그것에 한정된 것이 있다고 하더이까. 없지 않나요. 그러니 무한히 내어드릴 수 있는 것이잖아요.
당신의 이름 한 자락을 부르기 어렵다면 눈앞의 당신이라 직접 전하는 게 답이지 않겠나요.
가만, 눈을 감았다 뜨면 본 적이 있는 절경이 펼쳐진다. 고요하여 거울과 같은 수면에, 부서질 듯 반짝이는 것들이 부시게 빛을 내는 공간. 정적이고 차가우며 가장 빠르게 흘러가는 곡조에 어울리는 공간에 당신은 언제나 있다. 그것이 당신의 자리이기에. 잃었다 돌려받은 것이기에. 느긋하게 걸음은 움직이고, 그것이 고요를 방해하는 것만 아니라면 괜찮은 것이다. 저는 이 잔잔한 것을 깨트리는 파장을 즐거워하는 이로, 또 한 번 어쩌면 그렇게 굴겠지. 저는 여태 저와 함께 해온 이들과는 달리 현명하지 못합니다. 현국의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너무 멀리, 빙 둘러 온 게 되었습니다. 그것에도 웃음이 나 즐거웠다고 하시면 당신께선 또 어떤 의문을 가지실 겁니까. 저가 가져본 것이기에 의문의 답을 쉬이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른 걸음을 옮기지 못했습니다. 제 선택을 보류하여 떠넘기고 싶었습니다.
당신께 마음을 내어드리겠습니다. 그 어떤 이름도 없는 이의 마음을 내어드리겠습니다.
오늘 당신께서 가지신 상념은 무엇인가요. 별들은 무슨 이야기를 조잘거렸나요. 제 마지막의 마지막은 당신께서 거두어 가실 거라면, 그 시작도 거두어 가세요. 아무것도 없는 이에게 시작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멋대로 정하여 그것을 시작이라고 하면 시작이지 않겠습니까. 그 또한 의문이 되어 쌓이실 것 같으신가요. 그렇다면 답을 내리지 않겠다 해버리시면 그만 아니신가요. 모르기 때문에 어쩌면, 조금은 아둔한 방법일지 몰라도 그것이 즐거운 게 아니겠나요. 오르펠, 저는 당신을 무어라 불러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당신께서 어떠한 존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그것으로 재밌으니 괜찮지 않나요. 유한한 시간이라고 한들 여유로이 같이 생각해보아 드릴까요. 그것은 필요 없으실까요.
아주 조금은 여유로울 시간이지 않나요.
잠에 드는 것이 모든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면,
기꺼이 악인이 되어 붙들 터이니
아주 잠깐, 어쩌면 오래
이곳에 머물러 계시면 어떠신가요.
이것은 꿈입니까, 현실입니까.
그것이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저의 귀한 달빛이 아닌가요.
그 어떤 이름도 갖지 못하여 비어버린 이에게, 그리 되어주셨으니 아주 찰나의 백일몽이라고 한들, 그 순간만큼은 당신께서 현실을 사는 게 아니시겠나요. 변명이든 핑계든 원하는 것으로 삼으세요. 잊힌 에스테르, 새로이 받은 오르펠, 그 무엇이라고 한들 저는 당신께 내어드렸습니다. 그것으로 불충분하더라도, 아주 약간의 부분적인 답은 되어주지 않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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