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모아두는 이야기
Halten Sie bitte meine Hand. 본문
가벼운 말 한 마디, 되돌아오는 질문 하나.
그 사소한 것에도 기뻐 웃음이 난답니다.
무엇하나 제게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서,
불어오는 바람이 냉골이다가도 제 공간에서 눈을 뜬다면 온풍이 불어온다. 곧 날이 더워져, 제가 유독 견디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고 또 그것을 핑계로 삼아 당신께 갈 생각을 하니 아무런 이유도 없이 웃음이 나더이다. 본래 말수가 많은 분이 아님을 알고, 저도 그리 수다스럽게 떠드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기에 길게 자리하는 침묵의 새는 불어오는 바람이 한 번, 흘러가는 향이 한 번, 그것을 따르는 오르골이 한 번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이야기로 차오른다. 모르실 것 같지 않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것을 모른다며 웃고 있습니다. 당신께 전해드리는 이야기에 무엇 하나 저를 주인공 삼은 것은 없으면서도,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제가 온전히 당신의 시간을 독점하고 있음이 기뻐 이리저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답니다.
한평생을 다 내걸고도 기쁜 일만이 가득하여,
무료하게 보낸다면 지루한 것으로만 가득하여 제가 기쁜 일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해,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고만 여겼을 것들이 눈을 한 번 깜빡이니 흐린 눈에도 전부 담길 정도로 분주히 걸음을 내딛는다. 그림자가 길었다가 짧아지고, 다시 길어지기를 몇 번을 더 반복하면 끝나게 될까. 알지 못하는 불안의 가운데서도 이게 평생이기 때문에 괜찮은 저와 비교를 한다면 눈앞에서 가만 그 시간을 쌓아두고 계실 이를 문득 바라본다. 다쳐도 상처가 사라지는 이보다, 죽임을 당해도 죽지 못하는 이보다 더 부질없이, 잊힌다면 지워져 사라지는 이들 중 하나임을 알기에
몇 번이고 반복하더라도 괜찮을 것만 같은데
과연 어떻게 될지는 신도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작은 걱정 하나가 천천히 쌓여 두껍게 쌓인 이야기가 되고, 그것은 온전히 제 것이 된다. 신의 욕심은 재앙이라고 불리더이까. 인간의 욕심은 무언가를 옭아매는 사슬이 되어버립니다. 꾹, 손에 힘이 들어가더라도 아귀에 잡힌 것에는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는다. 미력하여 나약한 이가 제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한들 할 수 없는 게 있지 않겠나. 문득 눈이 한 번 깜빡인다.
하필이면 제 시야는 온전하지 못하여, 그것이 당신의 현재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 말도 안 되는 것이 반복되어 맺혀 무서워 그럽니다. 그 숨을 아프게 막았던 것이 있었습니다. 이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 공간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도 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 있습니다. 아시잖아요, 알고 계시잖아요. 그게 어떤 건지 기억하고 계시지 않던가요.
그것마저 욕심인 것 같아서,
욕심으로 내어보인 것이 너무 많았다. 아닌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것으로 괜찮은 것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머리는 마냥 괜찮다고만 웃고 있었다. 정말 그것으로 괜찮냐 묻는다면 저는 무어라 답을 해야 하는가. 무어라 답을 했더라. 마음 하나를, 그 시간자락을 쥐어주신 것으로 괜찮다고, 만족한다고 하였으면서 스멀 눈을 뜬 불안의 몸집이 크다.
잠깐 외면을 해두는 것으로 괜찮은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의문은 넘겨도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니, 그저 생각이라는 것으로 정리가 되는 모든 것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신께선 그것을 잠시 넘겨두고 손을 내어주셨는데, 왜 저는 그러지 못할까요. 저가 했던 괜찮다는 말이 번복되어 벽에 부딪힌다.
허나 온전히 있는 것은 욕심인지라 변명 한 자락 뱉지 않고
후회가 쌓여 그것이 아쉬움이 되는 것은 쉬운 일임을 압니다. 시간이야 돌이킨다면 늘 후회가 남지 않던가요. 늘 아쉬움이 되어 쌓여오지 않던가요. 그렇다고 한들 결국 다 좋았다고 웃을 수 있는 기다란 연이 되어주니 그것으로도 괜찮지 않았던가요.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문장을 모르는 척, 슬쩍 피하며 웃으면 그것으로 괜찮을 것도 같습니다. 상념으로 흘려보내기에는 제 시간은 당신께 찰나이니 말입니다.
온전히 보여드려도 좋지 않을까요. 그 또한 욕심일까요.
무수히 반복될 제 시간의 어귀 어딘가에는 당신이 계시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온전히 그 시작과 끝만이 당신의 손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건 신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간에 대하여 알 수 있다면 누가 그것을 택하겠습니까. 모르기에 불안하고, 알아도 반복이 될까 걱정을 하는 게 되어버립니다. 그렇다고 한들 지금 그것이 중요하게 제가 생각해야 할 것은 아님을 압니다.
제게는 영원이니 지금에 만족하겠다고 하면 그것도 욕심이 될까요. 단지 그것으로 괜찮습니다. 온전히 제가 있는 곳은 지금 이곳이지 않나요. 그러니 그것으로 괜찮다며 잠깐 넘겨두렵니다. 매번, 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돌이키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잠깐 미뤄두면, 제 영원에서는 자꾸만 반복이 될 거 같으니 평생을 미뤄두고 있어야겠습니다. 무수히 반복이 되는 그 순간에도 말입니다.
오르펠,
제 귀한 하나의 달 되신 분이시여.
손을 잡아주세요. 부디 그 손을 잡고 함께 걷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