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모아두는 이야기
Liebe einfach 본문
찰나의 시간에 영겁을 산다면
그것은 당신께 어떤 이야기인가요.
그 흘러가는 시간동안 고여 기억되길 바란다면 욕심이라 하실 겁니까.
비웃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요.
아주 사소한 문장 하나에 깃드는 힘을 아시나요. 현명하신 분이니 아실 거라고 생각한답니다. 그 문장 하나에, 어렵사리 골라 닿은 대답 하나에 기뻐하는 거랍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요. 잠시간인 줄 알았던 찰나에 눈을 떼면 언제 사라져 있을지 알 수 없는 시간을 사는 이에게, 영겁을 흘려내시는 당신께서 답을 주신 것을요. 그것으로 괜찮은 게 아니겠습니까. 그저 기쁠 이야기인 게 아니겠나요.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그 무엇보다 확신할 수 있는 대답 아니겠습니까. 진실을 말하기에도 짧은 것이 저의 시간이지 않나요. 그것은 당신께서 어쩌면 가장 잘 알고 계십니다. 신조차 모르는 게 미래라고는 하나, 여태 반복된 것을 돌이켜 본다면, 분명 저의 시간은 그러합니다. 그러니 당신께 이 마음을 내어드려도 후회가 없는 게 아니겠나요.
조금 미련할지는 몰라도, 추위는 따지면 통각으로 다가오지 않나요. 본래 달빛은 광기를 담는다고는 하나 제겐 하염없이 귀하고 따스한 것인데 길게 뱉어지는 하얀 숨에 둘려주신 것은 따뜻하니 또 얼마나 즐거운 웃음이 나던가요. 이것은 제게 꿈이 아니랍니다. 잠이 들었기에 걸음을 옮기는 것이든, 당신께서 내어주신 것이 발걸음을 이끌었든, 당신께서 계신 곳이, 제 마음 닿은 곳이 제겐 현실이랍니다. 이기적이라고 무어라 하실 건가요. 그래도, 어리고 투미한 마음에 그것이 기뻐 또 웃음이 나지 않나요.
얼마나 매정하고 잔인한 이야기인가.
눈앞의 그가 아는 것처럼 저도 아는 명백한 사실이 있었다. 이것은 찰나다. 당신께 보여드리는 내 시간은 전부 한 번 눈을 감았다 뜨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즐거울지도 모른다 하여 귀히 불러주시면 그것에 기뻐 웃는 게 얄팍한 사람의 감정이지 않은가. 다른 것을 깊게 생각하지 말라 진언한 이가 모순되게 비틀어 생각하고 있다. 그만 두어야지. 저에게는 한평생의 영원이더라도 당신께는 아닌 것이니 그만 두어야지. 잠깐의 의문을 접어두시라 말하였으니 저가 의문을 가질 이유가 없으며, 그것을 더 얹어 되돌려드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 그래. 단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곁에 있는 것으로 즐겁다면 그것으로 괜찮은 것을, 무엇을 위하여 시간 낭비를 한단 말인가. 이름은 부르는 것에 힘이 있고, 믿어주면 그것을 더 강하게 하였지. 그렇다면 기억은 무엇일까. 흔히들 하는 말 중 하나는 죽은 이를 기억하면 된다고 하지. 기억하여 준다면, 잊지 않는다면 그는 살아있는 것과 다르지 않음이라고 이야기들 하지. 그것은 신인 당신과 그 형제에게도 마찬가지였으니, 저 또한 그렇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은 이를 기억하는 게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는지 잘 아는 이 중 하나가 저가 아니던가.
그리고 그게 괴로운 일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
당신께는 흘러가는 것이나, 제게는 빠르게 스쳐가는 것이 시간입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도 지금까지의 대부분을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그 행동을 따라했습니다. 그게 차라리 독인 줄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알면서도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리도 투미하여도 간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니 어쩌겠습니까. 그러니 이리 아프게 당신께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게 아니겠나요. 가장 잘 알면서도 쥐여드리고 있습니다. 기억만이 남아 흘러가는 게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내어드리겠다고, 그것을 달라고 했습니다. 기어이 받아내고 기쁜 듯 웃으면서도 생각이 이쪽으로 흘러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생각은 잠시 미뤄두겠다고 해놓고, 우습게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당신께서 이것 때문에 아무런 의문도 넘겨놓지 못하신 것도 같다고 하면 무어라 답을 하실 건가요. 그 또한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는 언제나 필요한 것이고, 그것은 저의 즐거움이자 무기가 되어온 것을요. 당신께 들이밀 것은 이제 없지만요. 애초에 그리 해서도 아니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드릴 것은 마음뿐인 것을요. 그 찰나도 즐거우시라며 곁에 있는 것으로 충분할까요. 할 줄 아는 것이 적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만 서도 말입니다.
절경입니다.
언제나 당신께서 계신 곳은 늘, 아름다웠습니다. 달을 망자의 태양이라고 하시는 당신의 말씀만을 듣는다면 분명히 차갑고도,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을 것만도 같은데 들려오는 오르골은 잔잔하고, 향은 그 기분도 풀어버립니다. 서늘하여 냉기가 돌면 어떠한가요. 그곳에서 조잘거리는 소리는 간혹 즐거운 것이 섞여 빛이 나지 않던가요. 당신께서 계신 곳인데, 제게 어찌 아름답지 않은 풍경이겠나요. 아름다워 눈에 다 담기지 않을 풍경이라는 게 분명하지 않나요.
염려가 되는 것은 제 마지막에 당신의 표정이 어떠할지, 이 눈에 당신의 표정이 제대로 담기지 않겠거니 싶은 것입니다. 담담히 변화 없이 흘러가실까요. 어떠실까요. 무어, 그것이 지금 제게는 중요한 게 아니긴 합니다. 당신의 대답 한마디에 제가 기뻐하여 웃는다면 그것으로 괜찮을 게 아니겠습니까. 제멋대로 덧그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나요. 그 실력이 엉터리라며 웃으시렵니까. 아님 조금 퉁명히 말씀하실 건가요. 사소한 생각 하나가 즐거움을 불러온답니다. 당신께서 들려주실 것이 기대가 되어 걸음을 옮기게 되는 것이랍니다. 당신께는 당장 눈앞의 문제인 것이, 제겐 너무도 먼 미래라 그런 모양입니다. 그것에 이기적이라고 말씀하실까요. 흘려보내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렵니까.
다만 곁에 있는 것이 즐거워 그 염려조차 사라지는 것이랍니다.
염려가 되어본들 어떻겠습니까. 곁에 있다면 그것으로도 즐거운 것을요. 괜찮은 것을요. 확신을 주시지 않았나요. 그것보다 충분한 것이 어디 있나요.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생각도 미루게 됩니다. 그게 즐거움이고 기쁨이 되어줍니다. 하나의 감정과 그것에 얽힌, 조금 사소한 기분들이 시간을 바꾸는 게 되는 거랍니다. 당장 뒤엉켜 어두운 색으로 물들려던 것들이 번지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나요. 덧그릴 색은 많으니, 무엇이 좋을지 알지 못합니다.
당신께서 좋아하는 색을 여쭤본다면 무어라 답을 하실까요. 그것이 궁금하여 걸음을 옮겼다 하면 어떤 표정을 하실 건가요? 이런 사소한 것을 핑계거리로 삼고 있습니다. 당신의 고요하던 시간을 방해하기 위한 초석이랍시고 말이에요. 이기적인 사람이지 않나요. 망자의 태양을 그 손에 담고, 제 귀한 달빛이 되셨다더니 이제 그 시간조차 앗아가고 있질 않습니까. 그렇지만 즐거운 것을요. 기쁜 것을요. 그렇기에 갖고 싶은 것을 어찌 하겠나요.
욕심을 내어본들 좋을 것이 없다고는 하나
투미하여 어린 저는 어쩔 수 없는 사람입니다.
오르펠, 제 귀한 달이시여. 제가 어찌 그것을 비웃겠나요.
그저 그 연심에 답을 해주셨으니, 더 내어드릴 수밖에요.
그 찰나가 즐거워, 나중에 떠올린들 아프지 않도록, 그리 되도록 웃게 될 거랍니다.
그게 제가 내어드릴 수 있는 전부가 아니겠나요. 이 찰나에 할 수 있는 모든 게 아니겠나요.
저는 그것으로 충분하니, 제 귀한 달이시여. 그저 이 찰나에 즐거우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