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모아두는 이야기
덕캐 과거 보고 싶다 본문
…쓸모가…. ……그래도 …는, ……. 어울리지 않게 …….
문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에 루카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그러쥔 손톱이 여린 살을 파고들어도, 입안 살을 씹어 비린 맛이 감돌아도 루카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문 너머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 무엇을 이야기 하고, 그게 누굴 향하는지도 않다.
쓸모가 없어.
힘이 좋다는 건 기본적인 거야.
그래도 노력은 하잖아.
그러나 그 녀석은 겁이 많지.
루카보다 앳된 얼굴의 주방장은 루카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루카를 바라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고발게임의 승리를 축하한다는 의례적인 말을 끝으로 주방장은 작은 약병을 하나 내밀었다. 종업원이 되겠다면, 마셔라. 어딘가 퀭하게 가라앉은 루카의 눈에 비치는 케밀리아의 눈은 여전히 죽어있었다. 영생을 살아야 할까. 자신이? …그렇지만 죽을 용기 따위는 없는 게 자신이었다.
손에 들린 날붙이가 피부와 근육을 찢어 가르는 감각이, 고기를 써는 것보다 끔찍하고 역겨웠다. 제 몸을 반동에 튕겨나가게 하는 총알이 관통한 상대의 머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굉음과 함께 비명이 새는 것을 들으며 귀를 막을 손이 없어 눈을 감았다. 비린내가 코를 찌르니 결국 모든 걸 게워내고 싶었다.
그런 루카는 마피아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겁이 많은 것은 약점 중에서도 치명적이었다. 조금만 겁을 줘도 아는 정보를 술술 불 게 뻔했다. 고통스럽다며 모든 작전에 폐가 될 터였다. 루카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천성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일 수는 없었다. 그야 당연하지. 루카는 나기를 그런 사람으로 났는데, 갑작스럽게 살인귀가 되거나 할 리는 없는 일이었다.
루카는 이베포레이터로 빠져야 했다. 사람을 직접 죽이는 건 하지 못해도 꼼꼼하고 성실한 루카는 정말 깔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가톨릭과 크리스천에 대한 신성모독이구나. 그런 생각이 얼핏 스치더라도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사회의 중앙에 있던 루카가 체포된 후에, 루카는 저가 앞으로의 세월을 선배라고 부르며 함께 해야 하는 케밀리아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피클이다.
농담으로 시작했던 말이 진실이 되었지만, 루카는 그 상황에 대해 웃어넘기면서도 웃어넘기지 않았다. 케밀리아는 표정이 없는 편이고, 쉽게 변하지 않지만 루카는 달랐다. 침묵을 지킬 줄 알지만 동시에 어디서 어느 정도나 뱉어야 하는지도 아는 사람이었다. 마피아는 폼으로 한 게 아니었다. 그게 이베포레이터라면 그쯤은 할 수 있어야 하는 터였다.
영성체와 견진성사는 일부러 모든 걸 지우고, 일부러 무언가를 남기는 역할이다. 잡을 수 있다는 여지를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게 루카가 속했던 직급이었다. 루카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표정을 그대로 믿어도 좋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 것이다. …물론 피클이 될 만큼 루카가 방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루카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다.
그게 루카인데 바뀔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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